조합원 동지여러분께...(사무국장직 사퇴표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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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30(금) 오전.
저는 조합원게시판 등을 통하여 사무국장직의 사퇴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사퇴표명의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0.29(목) 공단본부 승진인사가 발표되었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함께 고생해온 공단본부 사무국장을 포함한 5급 3년 6개월된
조합원 동지들이 몇몇 승진한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축하도 해주었습니다.
다른때와 달리 비교적 빠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사자들이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음을 알고 있으며, 또 어차피 공단 인사라는 것이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하며 당사자의 승진운(?)도 생각치 않을 수 없기에...
당시로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개의치 않았습니다.
서울지역본부는 다소 늦어져 10.30(금) 승진인사 발령예정이었고, 따라서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당일(10.29) 개최된 승진인사위원회 결과를 지역본부
(경영지원부)에서 공개토록 요구하였고, 또한 당연히 지역본부에서는 그
부분이 사용자측의 고유권한인 인사에 관한 부분이라는 이유로 일정수준
이상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등 나름의 필연적인 긴장상황을 거쳤습니다.
저녁 늦은 시각. 인사담당자가 다음날 있게 될 승진인사와 관련한 자료를
정리하던 차, 해당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어차피 명일 있게될 승진인사와
관련해서는 당일 개최된 인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날 노사 양측
본부장님들이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하겠지만, 혹시 "서울본부의 5급 5년차
이상 3명이, 한명이라도, 서열명부에 진입해 있는지?" 물었습니다.
대답은 "NO!!!" 였습니다.
무척 가슴이 아팠지만,, 어차피 이미 제 손을 떠나버린, 아니 애초에 제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승진명부를,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저 씁쓸한 마음으로 퇴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이러저런 부분을 생각하다보니,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승진이 안될 5급 5년차 이상 동지들의 의식과 너무 동일시를 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어느시점에서는 제가 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
자체에 대한 경멸과 혐오감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동안 현 집행부에서는 하위직 승진에 대하여 나름대로 근속승진 기조를
유지해왔고,, 본인과 서울본부장님을 비롯하여 여러간부들이 각종 회의체에서의
발언과 서면을 통하여 현재 5급 5년차 이상이 전국에 8명에 지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현시점 4급으로의 승진이 조합 전체적으로 긴급한 현안이랄 수
없으므로 4급으로의 승진은 이들 다년차 조합원들로 한정하되, 5급으로의 승진에
집중하는 것이 공단의 지금까지의 승진관행으로서나, 도의적으로나, 노동조합
정책 상으로나 옳다라고 주장해왔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러한(?) 형태로 승진인사가 이루어진 데에는 노동조합 차원의
"원죄"가 있다는 마음마저 들었으며, 이 부분이 그동안 노동조합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해온 본인에게는 크나큰 좌절과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러저러한 생각들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에 사무실에 출근하니, 언제나 그렇듯
노조서울본부장님이 벌써 와 계셨습니다. 본부장님께 밤사이 생각했던 여러가지
부분 등을 가감없이 표출했고, 갖가지 사안들에 대한 언쟁을 했습니다.
심지어 '노동조합 왜 하세요?', '그러면 혼자서 노조 잘해보세요'라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사'로 그동안 함께 고생해오고, 그 누구보다 저를 잘 이해하고
다독거려주신 본부장님께 깊은 상처와 공황을 드렸고, 그렇게 제 자리로 돌아와서
조합원 게시판에 '사퇴서'를 올리기에 이르렀습니다.
'노동조합의 사고는 사용자측과 같아서는 안된다. 무릇 노동조합은 비록 그 숫자가
소수라도 더 상처입고, 더 외롭고, 부당한 위치에서 괴로워하는 조합원의 편이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간부는 자신의 눈앞 권익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해야하고, 그 누구보다 더 희생해야한다' 등 그래도 제 자신 노동조합을
시작할 때부터 나름대로 견지해왔던 "가치"가 밤사이 허물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관계"를 깨는 아픔을 나름 감수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흘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이 전화와 메신져를 통하여 격려도 해주시고, 또 타박도
해주셨습니다.
'2년 잘해왔으니, 끝까지 남은 1년 함께하자. 힘내라. 노조 너혼자 했냐?
니가 그렇게 잘났냐? 지금 너 알아달라고 투정하는거냐? 너랑 본부장
당선시킬라고 그렇게 애쓴 나는 개무시하냐? 네가 문제있다고 생각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네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등등...
곰곰 생각해보니,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는 노조본부장님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노조위원장님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노조 간부님들과의 관계만이 아닐진대...
진정한 '관계'는 조합원동지들과의 '관계'이며, 선거당시 그렇게 외쳤던 "약속"인 것인데...
제 생각이 여러모로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너무 짧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질러버린(?) 저를 동지여러분들께서
용서해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위원장님과 본부장님, 지부장님을 비롯한 여타
간부여러분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향후 남은 임기동안 동지여러분께 더 다가가고, 더 열심히 뛰는
사무국장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사퇴 철회의 말씀을 올립니다.
2009. 11. 4. 서울사무국장 조경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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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형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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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장 열성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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